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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

그린피스와 네슬레, 소셜미디어를 통한 이슈


 
(여유가 되면 꼭 한번 정리해야지 생각해 두었던 사건이다. 때늦은 감이 있지만 이 놀라운 사건을 기록해 본다.)

지난 3월 17일 유럽시간으로 오전, 그린피스에서 제작된 동영상 하나가 유튜브(YouTube)에 올라온다. 스위스에 본사를 두고 있는 세계적인 음식/음료 콘체른인 네슬레(Nestlé)를 겨냥한 동영상이다. 이 동영상은 그린피스가 시작한 'Give rainforests a break'의 일환이다.

이 동영상은, 유럽시장에서 인기있는 '초콜릿 바, 키트카트KitKat' 제작에 사용되는 '야자수 기름 palm oil'을 문제삼고 있다. 이 야자수 기름을 얻기 위해 인도네시야 원시림 지역의 나무들이 벌목되고 그 자리에 야자수 나무가 심어진다. 그러다 보니 이 원시림에 살았던 '우랑우탕'이 살 곳을 잃고 죽어가고 있다.

이 '사실'을 이 동영상은 매우 자극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KitKat의 광고 패러디인 이 동영상을 감상해 보자 (비위가 약하신 분들은 보지 마시라).


위의 동영상이 공개된 이후 어떤 일이 발생했을까? 네슬레 본사는 당연히 발칵 뒤집혔다. 법무팀이 동원되어 만 12시간이 지나기도 전에 법원의 가처분 명령을 통해 유튜브에서 위의 동영상을 강제로 내린다. 참고로 이 동영상은 독일어, 영어 등 다국어-사실상 다국어가 필요없지만-로 제작되었다.

그러나 이 사건이 알려지면서, 다시말해 17일에서 18일로 넘어가는 밤 -유럽시간-, 약 75만명 규모를 자랑하는 페이스북 네슬레 팬페이지 또한 발칵 뒤집혔다. 이미 위의 동영상을 내려받은 사용자들에 의해 동영상은 제2, 제3의 플랫폼을 통해 다시 인터넷에 유통되었고, 이에 네슬레 팬들이 가장 먼저(!) 들끓기 시작한다. 또한 네슬레가 법원의 가처분 명령을 통해 삭제(?)한 동영상에 대한 관심이 언론을 통해 더욱 확산된다 (캐나다 언론 예).

이에 다음 날 아침 3월 18일, 네슬레는 기자회견을 통해 문제가 된 야자수 기름-이는 인도네시아  Sinar Mas Group에서 납품 받은 것-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힌다. 그러나 네슬레에 대한 비판은 수그러들 기세를 보이지 않았다. 결국 3월 18일 네슬레는 페이스북 팬페이지를 '삭제'한다.

그러나 페이스북 팬페이지북의 삭제는 네슬레의 결정적인 실수가 되었다. 팬의 자격(?)을 강제로 정지받은 과거의 팬들 대다수가 순간 네슬레의 '적'으로 돌아서 버린 것이다.
3월 24일 그린피스는 두 번째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린다. 그리고 거리로 나선나. 영국 네슬레 지사 앞에서 있었던 그린피스의 거리 시위를 잠시 감상해 보자.


위 동영상에는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네슬레 직원들에게 나눠주는 '전단지'가 보인다. 이 전단지에는 오전 11시에 다같이 '휴식break' 하자는 제안이 담겨있다. 당연히 이런 내용과 행위들은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중계되고 토론된다. 그것도 '실시간realtime'으로...

트위터 사용자들은 다음과 같은 트윗을 날리는 것으로 그린피스와 함께 했다: "Give the Orang-Utans a break! http://bit.ly/aqUX3r" 그 결과가 어떠했는지는 여기 이 링크를 클릭해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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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지난 4월 15일 네슬레 독일 지사 앞에 있었던 '트위터 시위' 모습. 해쉬태그 #Nestle를 담은 트윗들이 대형 LCD 화면에 보여지고 있다. 이런 시위의 의도는 '네슬레 직원들이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듣고자 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직접 그 목소리를 당신들에게 들려주겠소. 창문을 열고 밖을 보시오!'다.)

단 며칠 만에 전 유럽, 그 이후 전세계로 확산되었던 네슬레의 비도덕적인 기업활동에 대한 비판은 작지않은 교훈을 던지고 있다.

1. 관계망의 밀도(network density)를 급속도로 증대시키고 있는 소설미디어 도구들-트위터, 페이스북-은 기업에게 더 이상 (일방적인) '홍보 매체'에 머물지 않는다.

2. 이 관계망을 잘 활용하는 방법을 그린피스 등 사회단체가 빠르게 터득하고 있다.

3. 이 밀도가 높은 관계망에서는 아주 작은 사건도 눈덩이처럼 커질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4. 이러한 소통 환경에서 기업에게는 매우 적극적이고 예방적인 위기관리 전략이 필요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하나! 진정한 위기관리는, 문제 있는 기업 행위나 또는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기업 행위를 내부적으로 조사/확인하는 것과 이러한 기업 행위를 중단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위의 교훈은 '기업'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정부'나 '정치집단' 또는 '정치인'에게도 해당된다. 물론 한국의 기업과 정치인들에게 당장 위의 '네슬레' 같은 경우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 만큼 한국의 '관계망 밀도'가 증가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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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강정수 @npool

2010/05/10 09:10 2010/05/10 09:10